전쟁 안 끝났는데 왜?… 러시아발 애그플레이션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3년 만인 지난 5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참가자들은 현재 식량안보 위기의 주범으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 차단을 위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비판하는 데 발언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차단으로 이미 저소득국의 4000만명이 기아 상태에 내몰렸고 앞으로 3억명 이상이 기근에 시달리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러시아의 식량무기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를 촉발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하순 발간한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곡물값이 올라 전반적인 물가가 뛰어오르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과거 급등기보다 최근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식량가격 인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 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5~6월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가던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지난 11일 가장 대표적 곡물인 밀, 대두, 옥수수 가격이 모두 하락하면서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
10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6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3% 하락했다. 사실 3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곡물 생산에 영향이 큰 비료가격지수도 하락해왔는데, 이는 비료의 원재료인 요소, 요소의 원재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는 연쇄 효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식량가격은 식량재배 환경은 물론 유통, 수요 등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촌이 심각성을 호소해온 식량가격 인상의 원인 중 유럽연합(EU)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역 특별군사작전에 앞서 이미 우크라산 곡물 수입 할당(quota)을 줄여왔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해온 나라들은 유럽연합(EU) 소속이 아닌 미국과 영국이다. 두 나라에서 식량가격 급등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돼 왔다. 두 나라는 자국과 지구촌 전역의 식량가격 급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군대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투입되기 꼭 한 달 전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크라이나의 유럽 지역에 대한 식량수출은 전년(2020년)에 견줘 오히려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만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발생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 전문가들은 EU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 쿼터를 줄였기 때문에 이미 역내에서 애그플레이션 조짐이 있었고,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에 차질을 빚은 게 뇌관이 되면서 지구촌의 농산물 가격이 일시 급등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수당 대표와 총리직 모두를 내놓은 영국 총리 겸 보수당 대표인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의 결정적인 실각 이유는 영국 국민들의 분노를 절정으로 이끈 애그플레이션이었다. 5월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율은 1년 전 같은 달에 견줘 무려 9.1% 올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같은 달 식량 가격 상승률은 8.5%에 이르렀다.
안 그래도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겪으며 통화가치가 하락해 일부 수입식품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였다. 5월 영국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약 44%가 고물가 때문에 식료품을 덜 사고 있다고 답했다. 먹을 게 없어 끼니를 줄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국제기구나 학자들이 밝힌 통계에서 전 세계 곡창지대 우크라이나가 부패와 무능으로 얼마나 생산성이 정체돼 왔는지를 따져 본 언론도 드물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소련 시절 때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소련 해체 이후인 지난 1991~2015년 기간 동안에는 급격한 차이가 나타난다. 소련 해체 후 상당 기간 속칭 ‘고난의 행군’까지 겪었던 러시아가 0.89%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우크라이나의 GDP는 같은 기간 0.88% 하락했다. 지구촌 최저 성장률로 기록됐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기간 벨라루스(+2.88%)나 카자흐스탄(+2.88%),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나중에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를 결성한 아르메니아(+3.66%)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심지어 반란 등 국내정치가 극도로 불안했던 키르기스스탄(+0.2%), 전면적 내전을 겪은 인접 타지키스탄(-0.72%)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몇몇 유럽의 학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수요가 거의 없는 자국 국채를 발행해 유럽 국가들에게 떠넘겨 재정을 지탱해왔으며,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돼 온 우크라이나에게 유럽연합이 갖는 태도는 식량생산 기지, 곧 식민지”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유럽이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쿼터를 지속적으로 줄여온 이유는 역내 친환경농산물 기준 때문이었다. 세계 최빈곤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이를 맞출 수 없었으니, 자체 농산물 생산량도 상당한 유럽이 굳이 자체 가이드라인에도 맞지 않는 우크라이나 농산물을 많이 사 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EU의 이런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쿼터는 이번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로 의미가 없어졌다. 대신 EU는 우크라이나 옥토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있게 됐고,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EU의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될 전망이다.
[기사출처] 천지일보 (https://www.newscj.com/article/2022071558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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