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의무화에 부스터샷까지… 오미크론이 일주일 만에 바꾼 것들

조명연합 2021. 12. 3. 00:05

백신 의무화에 부스터샷까지… 오미크론이 일주일 만에 바꾼 것들

 

 

11월 2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한 길가에서 폐점한 크리스마스 시장의 트리가 웅덩이에 비치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오스트리아는 오는 2월 1일부터 모든 주민에게 백신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출처: 뉴시스) 

일주일만에 전 대륙서 보고
위험도 확인에 최소 2~4주
델타 진앙지 된 유럽 ‘화들짝’
EU “백신 의무화 논의 적절”
그리스·독일 등 내년 의무화
부스터샷 확대 접종도 탄력
“효과 적더라도 시간 벌어줘”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전 많은 국가들이 여행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하면서 유행병으로 지친 세계는 혼란스러운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

올해 유행의 주범인 델타 변이보다 더 빠르게 확산할까? 더 심 각한 증상을 동반할까? 백신의 보호를 회피하거나 코로나19 회복자들을 재감염시킬까?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아직 확실한 답은 없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중요한 질문에 답을 얻는 데 2~4주가 걸릴 수 있다고 한다.

1일(현지시간) 기준 오미크론은 미국, 서아프리카, 걸프만,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의 새로운 국가에서 확인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오미크론을 공식적으로 보고한지 일주일여 만에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이날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는 이 변이의 빠른 확산을 강조하며 현재 9개 주(州) 중 5개 주에서 오미크론이 발견됐으며 11월에 배열된 바이러스 유전자의 7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남아공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2배 증가한 8561명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준 총 30개국·지역에서 오미크론 사례를 보고했으며 미국, 가나,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한국은 가장 최근 이 변이의 발병을 보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만 국가로는 처음으로 오미크론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화 요새의 극단 조치

각국이 오미크론에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미 델타 유행의 진앙지가 된 유럽은 ‘백신 의무화’ 카드까지 꺼냈다. 자유 민주주의의 자랑스러운 요새를 자처했던 유럽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조치들이다.

이날 유럽연합(EU) 집행기구는 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각 회원국이 결정할 문제지만 백신이 있는데도 접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럽 인구의 3분의 1, 곧 1억 5천만명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며 “EU에서 백신 의무화를 권장하고 잠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EU 국가들은 지금껏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는 오는 2월 1일부터 모든 주민에게 백신을 의무화하기로 약속했으며 그리스는 1월 중순부터 60세 이상 인구가 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매달 100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키리아코스 미소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의회에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그리스인 10명 중 9명이 60세 이상이고 사망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백신 미접종자”라며 이 같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차기 총리는 빠르면 내년 2~3월에 코로나19 백신을 의무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60대 이상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하면 500유로(약 66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조차 채택하지 않은 백신 의무화 정책을 유럽 국가들이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유행 2년째 다시 세계에서 제일 큰 확산세를 겪고 있는 유럽은 공공보건 시스템과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절박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국제적 비난까지 감수하며 백신 사재기를 했음에도 다시 한 번 코로나 진앙지가 된 탓도 있다.

위험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오미크론의 등장에 다른 나라들도 백신 접종을 위한 극단적인 조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당국이 근로자와 공공장소 출입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추가접종(부스터샷)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스라엘, 중국, 브라질도 백신 여권인 일명 ‘그린 패스’ 제도를 도입해 미접종자에게 규제를 가하면서 접종률을 높였다. 특히 중국은 백신 미접종자에게 사회신용등급을 통해 제재를 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한 병원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남아공 의료진은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들이 속단하긴 이르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가벼운 증상만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부스터샷 반대’ 전문가들 입장 바꿔

오미크론이 출현하면서 백신 의무화와 함께 백신을 3번째로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합의도 이뤄지는 양상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오미크론 변이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주만 해도 많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모든 미국 성인에게 코로나19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하려는 캠페인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부스터샷을 맞아야 할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오미크론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오미크론 단백질 스파이크에 있는 30여개의 돌연변이가 백신으로부터의 보호를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항체 수치를 증가시키는 부스터샷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NYT는 “부스터샷에 반대했던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이것이 새로운 변이에 대항하는 최고의 방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부스터샷은 최소한 백신 제조사들이 필요하다면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확산을 늦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부스터샷 대상 확대 추진에 반대했던 벨뷰 병원 센터의 셀린 가운더 박사는 NYT에 “델타만이 위협 요인이었다면 부스터샷은 여전히 접종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오미크론은 더 무서운 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현재의 백신이 오미크론에 효과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백신 제조사들은 오미크론에 대항하는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적어도 몇 달이 걸린다. 가운더 박사는 부스터샷으로 생성된 항체들이 오미크론을 물리치는데 이전 변이들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더라도 항체 양이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27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