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면에서 가정불화는 국민 알 권리와 상관없어
특정 종교 언급해 피해가 간다면 명예훼손 저촉 여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칼만 안 들었지, 펜으로 죽인 것과 마찬가지.”
전북 정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신천지 교회’를 다녔다고 보도한 CBS 노컷뉴스 기사를 접한 어느 통신사 기자의 말이다.
살인사건 범행 동기로 ‘신천지’를 지목하며 ‘혐 신천지’를 부추기는 CBS 노컷뉴스의 보도 행태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전문가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자칫 종교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이다. 하지만 논란이 된 기사를 작성한 CBS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와 종교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의 종교를 공개하거나, 연관성을 단정해 보도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나 해당 종교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에 저촉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CBS 노컷뉴스는 전북 정읍에서 노모(49)씨가 전처와 처남댁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지난 6월 18일 ‘“신천지 때문에 자녀와 헤어져”… 전처, 처남댁 살해한 40대’라는 제목으로 보도해 논란이 됐다. CBS 노컷뉴스 측은 노씨에게 “신천지에 빠져서 자녀와 헤어져 범행을 저질렀느냐”고 질문을 하고 “네. 그렇다. 비슷한 이유”라는 노씨의 답변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와 신천지교회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해당 게시물을 비롯해 기타 블로그 댓글에는 ‘사회악이다’ ‘전 남편이 불쌍하다’는 식의 혐오 표현도 서슴지 않는 비난이 잇따랐다.
신천지가 범행 요인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쓰고 있는 CBS 노컷뉴스의 보도가 피해자와 해당 종교를 향한 비난·혐오의 ‘트리거(방아쇠)’가 된 셈이다.
특히 CBS 노컷뉴스가 피해자의 주변 인물 등 조사도 없이 가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인용해 보도한 것은 신천지와 범죄 이유를 연관 지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실제로 이 사건을 보도한 다른 언론들은 노컷뉴스 기사와는 정반대의 보도를 냈다. 중앙일보는 경찰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종교적 갈등과 우발적 범행은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다”며 “설사 피해자가 어떤 종교를 믿든 자기 잘못을 종교 쪽으로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도했다. 또 “피의자의 처남은 해당 종교 신자도 아니다”고 했다.
허민숙 정부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은 스토킹 범죄를 신천지 탓을 하고 문제의식 없이 그걸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개신교 계열 매체인 크리스천 투데이도 사설을 통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아무리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라고 해도 살인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이같이 CBS 노컷뉴스가 살인사건 피해자의 종교를 공개하며 2차 가해를 양산한 것에 대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CBS 노컷뉴스 측은 이를 묵살하고 신천지 혐오 보도를 정당화하고 있다.
CBS는 신천지 측의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CBS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 “이단 신천지가 신천지의 반사회적 실체를 파헤쳐온 CBS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개신교계를 향해 ‘신천지가 CBS를 공격하고 있다. CBS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궤변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단상담소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사과를 빙자한 “세력 결집”이라는 주장으로 집회 취지를 왜곡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신천지 관계자는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이 사용해서는 안 될 ‘이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혐오를 조장하고 프레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 지역 신천지교회 측은 CBS가 정정보도나 사과 요청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 신천지교회의 한 관계자는 “CBS는 창구를 다 막고 우리의 정정보도와 사과를 원하는 요구사항을 극도록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상 도마지파장은 지난 10일 2차 CBS 항의시위에서 “보도에 대한 항의서한을 들고 가도 누구 하나 나와서 받는 사람도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 “무책임한 언론 보도가 사회까지 왜곡”
전문가들은 살인사건 피해자의 종교를 부각해 보도한 것은 보도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중한 자세로 기사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살인 원인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는 데 종교를 부각하는 것은 몰아간다는 의도가 있다는 여지”라며 “ 가해자의 주장만 인용해서 보도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책임한 언론의 과장되거나 왜곡된 보도가 사회를 왜곡하는 것이 방치되는 셈”이라며 “이런 보도를 방지하고 언론이 더욱 보도에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선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도 “한 가정의 내밀한 문제를 신천지를 믿었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보도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측면에서 구체적인 가정불화에 대한 것이 보도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하고 상관이 없다”며 “구체적인 이유 중 특정 종교와 관련된 명칭이 나왔을 경우 해당 종교 단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맹기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애초에 특정 종교 이름을 거론한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식의 일방적 보도가 계속되면 종교 갈등 더 나아가 사회 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신천지 타깃 삼은 CBS, 왜?
CBS 노컷뉴스가 신천지에 대해 유독 악의적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CBS는 개신교 기성교단에 인적 물적 기반을 둔 기독교방송으로 기성교단의 잣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CBS는 기독교인 급감에 따른 기독교방송 경영난 악화를 우려해 2012년부터 신천지 대책팀을 꾸렸다. CBS가 본격적으로 ‘신천지 OUT’을 외치며 신천지 퇴출 운동을 시작한 때가 바로 이때다.
당시 CBS 신천지대책 총괄팀장이었던 변상욱 기자는 모 교회 특강자로 나서 “사장님(이재천 전 CBS 사장)이 어느 날 부르시더니 ‘야, 신천지 네가 해야 겠다’ ‘야, 너 생각해봐라, 기독교인 300만 이단 사이비가 500만 되면 그 세상에서 기독교 방송이 존재할 수 있겠냐? 말했다”며 CBS가 갖고 있는 역량을 다 긁어 모아 전국에 있는 기자를 풀어 경찰 검찰 법원 시청 교육청을 방문해 신천지 비방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탓에 CBS는 우리사회 다양한 종교 중 개신교 기성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편향된 시각을 언론 매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CBS 노컷뉴스의 신천지를 겨냥한 허위·왜곡보도를 쏟아 내다 법원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2017년 11월 23일 대법원 제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신천지가 재단법인 CBS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CBS는 정정보도 1건 반론보도 8건을 하고 손해배상 800만원을 신천지에 지급하라”는 신천지 일부 승소를 판결한 2심을 확정했다.
이는 CBS가 지난 2015년 방영한 특집 다큐 ‘관찰보고서: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신빠사)’ 내용 일부가 허위·왜곡보도인 것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었다. 그러나 당시 CBS 노컷뉴스는 해당 판결 기사를 내면서 대법원이 CBS 측에 내린 정정·손해배상 명령 내용을 배제했다. CBS뉴스를 통해서도 “잇따라 승소했다”는 헤드를 달아 내보냈다.
마치 CBS가 승소한 듯한 내용만 기재된 기사에 독자들을 혼란케 했다. 아울러 CBS방송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정·반론 보도문’을 새벽 3시에 내보낸 것으로 확인돼 ‘왜곡보도 피해자와 시청자를 우롱한 날치기 정정·반론 보도’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같은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CBS가 ‘2015년 11월 20일 내보낸 신천지, 효잔치 내세운 학교 내 포교활동 시도 무산’ 보도와 관련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CBS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법원이 청구한 항소를 기각했다.
해당 보도에는 신천지가 대전지역 D학교 급식실을 대여해 효잔치를 내세워 주민을 상대로 포교행위를 하려다 정체가 드러나 무산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 9월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이광영)는 CBS에 대해 3일 이내에 오전 9시부터 48시간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손해배상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CBS 노컷뉴스는 지난 2018년 11월 8일에도 확인 없이 ‘포항 신천지 신도, “신천지 비난해서…” 반대 시위자 안면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제보자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해 논란을 샀다. 노컷뉴스는 “신천지 교인 C씨가 신천지를 비난하는 플랜카드를 차에 설치해 다니는 최모씨를(신천지를 비난한다는 이유로) 휴대폰을 이용해 최씨의 이마와 콧등 부위를 3회 내리쳐 폭행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천지일보 확인결과 최씨를 폭행한 60대 남성 C씨는 신천지 교회 출석 성도가 아니었다. 신천지는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포항학산파출소 관계자를 인용해 인근 주민인 김모(63)씨가 최씨의 1인 시위 때문에 발생한 소음과 무단 영상 촬영으로 화가 나 우발적으로 폭행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천지교회와는 상관없는 포항 시민이었다.
◆ 타종교서도 “기독언론, 신천지에 이단 프레임 씌우기 혈안”
종교계 일각에서는 CBS노컷뉴스, 국민일보 등 기독교 계통의 언론들이 타 종교를 깎아내리면서까지 ‘이단’ 프레임 씌우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룡 포교사는 최근 불교 매체 기고글을 통해 “불교의 용어를 악용하면서까지 신천지 예수교회에 ‘이단’ 교단의 이미지를 씌우려는 노림수가 보인다”며 “(개신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단의 딱지를 붙이고 싶어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비종교인 입장에서는 이단 여부는 중요치 않다. 다만 각자가 믿고 신봉하는 종교와 종파는 다르지만 좋은 생각과 바른 행동으로 이웃과 함께 어울려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모든 종교와 신앙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믿을 뿐”이라며 기독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CBS 노컷뉴스의 왜곡보도가 계속되자 신천지예수교회 도마지파 신도 1만여명은 지난 10일 오전 전북 전주종합경기장 일대에서 9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2차 시위를 열고 종교 혐오 조장과 2차 가해에 대한 고인과 유족, 신천지예수교회 측에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전북 CBS 노컷뉴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표번호로 입장을 묻고 질문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기사출처]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article/2022071358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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