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늦을 순 없다”… 아시아서 코로나 치료 알약 구매 경쟁
백신 구매 늦었던 아·태 국가
알약 치료제에 선구매 나서
백신 못 맞는 환자에 해결책
생산국 多 국가별 가격 달라
진단검사·사재기 현상 우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쟁탈전이 진행되는 동안 아시아·태평양의 많은 나라들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 코로나19 첫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심사를 받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선구매 경쟁에 나섰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보인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MSD)가 생산한 몰누피라비르는 특히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전염병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업체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앞서 백신 프로그램 시작에 상대적으로 늦었던 아태지역 내 최소 8개국이 이미 의약품 조달에 서명했거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태 지역에서 이 알약을 비축하려는 경쟁은 작년 부유한 나라들이 백신 사재기로 비난 받았던 상황을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확진자들 위한 최전방 해결책”
몰누피라비르는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일단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200㎎ 캡슐 4정을 하루에 두 번, 5일 동안 총 40알을 섭취한다.
산자야 세나나야케 호주국립대 의과대학 의학부 교수는 지난 17일(현지시간) CNN에 “몰누피라비르는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한다”며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바이러스가 건강하지 않은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크는 이달 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코로나19 확진자 7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중간 분석결과 알약이 위약(가짜약)을 복용한 환자들에 비해 입원이나 사망의 위험을 약 50%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29일 동안 양 집단 상태를 비교한 결과 위약 투약 환자의 입원율은 14.1%, 사망자는 8명 발생했다. 반면 코로나19 증상 발생 후 5일 내 몰누피라비르를 먹은 환자의 입원율은 7.3%, 사망자는 없었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최전방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백신 공급이 부족한 국가들이 있고, 면역력 문제 등으로 백신 접종이 불가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美, 한 세트에 82만원 지불키로
에어피니티 자료에 따르면 10개의 국가 또는 영토가 협상 중이거나 이 알약에 대한 계약에 서명했으며, 그 중 8개는 아태 지역에 있다.
이들 각국이 이 약에 얼마를 지불할지는 분명치 않다. 미국은 이 약이 승인될 경우 1세트에 700달러(82만원)로 총 170만 세트(12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머크에서 올해 생산 가능한 양의 20%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상대적으로 부유한 다른 나라들도 협상 중이거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몰누피라비르 한 세트당 생산 비용은 약 18달러로 알려졌는데, 머크는 이 같은 추정치가 정확한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머크 측은 “사용승인이 되지 않아 아직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제안한 가격이 다른 나라의 정가는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머크는 지난 6월 국가별로 단계별 가격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 104개국에서 이 약의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일반 제조업체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년 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의약품을 아프리카에서 감당할 수 없는 가격에 판매해 비난을 받은 머크는 이번엔 접근성 확대의 필요성을 조기에 인식한 것이다.
머크와 계약을 체결한 8개 인도 기업이 현재 이 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저소득 국가들은 세트당 20달러 이하로 이 약을 구입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부국 치료제 싹쓸이 우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 라이센스 계약을 했다 해도 이 자체로 세계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첫 6개월 동안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에서 보고된 전체 코로나19 감염의 절반은 브라질, 멕시코, 페루, 중국, 러시아 등 머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32개국에서 발생했다.
백신에 이어 치료제도 국가간 부익부 빈인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마리앙겔라 시마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은 “최근 백신에 대한 경험을 통해 공급이 제한되면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자 국가에 의한 ‘치료제 싹쓸이’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도 추가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약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환자들은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신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곳에서는 선제 검사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WHO는 아프리카에서 선제 검사를 통해 보고된 바이러스 감염이 15%도 안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기사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1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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