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겨울이 온다”… 에너지 대란에 세계 곳곳 아우성

조명연합 2021. 10. 13. 01:09

“겨울이 온다”… 에너지 대란에 세계 곳곳 아우성

 

작년 4월 8일 미국 카네스시티 근처의 오일 펌프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제 유가 1년새 125% 상승
공급 적은데 겨울철 수요 ↑
中 일부 지역 전력난 계속
유럽 각국 전력요금 속속 인상
카타르 “가스 생산 확대 못해”
美 그림자 인플레이션 확산


[천지일보=이솜 기자] “겨울이 걱정이다. 전 세계 곳곳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매우 적다.” 11일(현지시간)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 도하에서 한 발언이다.

국제적으로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인 80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규제가 풀리고 세계 경제 활동이 회복되면서 에너지대란, 물류 대란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 위기가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중국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장 지대) 지역에 전력 부족 현상이 악화하고 영국 철강회사들은 전력 가격으로 인한 위기를 경고했다.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인 카타르는 단기간에 가스 생산량을 늘려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유가, 7년만에 최고치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 배럴당 80.52달러로 1.5% 상승해 2014년 말 이후 처음으로 80달러를 돌파했다. 작년 10월 말 이후 상승폭은 125%에 달한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석유는 올해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구리를 앞지르고 있으며 원자재 지수에서 1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도 다른 원자재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는 공급이 여실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나선 유럽에서는 최근 재생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천연가스 등으로 대체했는데 이는 가스 가격 폭등에 이바지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9월까지 천연가스 가격을 44% 인상한 데 이해 이번 달에 12.6%를 또 올렸다. 이탈리아도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했으며 영국의 전기 요금은 1년 새 7배로 뛰었다. 영국 철강업계 로비 단체인 UK스틸은 이날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며 탄소 배출을 늘리고 공급망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기가 임박했다면서 “겨울이 오면서 가스와 전기 수요 증가로 가격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익성 있는 철강을 만드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가정과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천연가스와 다른 연료의 전 세계적인 부족이 석유 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전력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 5일 미국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00만BTU(British Thermal Unit)당 6.41 달러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상승률이 150%다. 올 겨울 가스 수요가 늘어난다면 가격은 훨씬 더 오를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판매국인 카타르는 이날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우리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 동북부 러스트벨트에 있는 랴오닝성은 2주 만에 다섯 번째로 전력 부족 경보 수위를 발령하며 부족량이 거의 5기가와트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녹지대 산업지역을 구성하는 세 성 중 가장 큰 전력 소비 지역인 랴오닝성에서는 지난 9월 이후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일부터 폭우로 홍수가 난 중국 최대 탄광 지역인 산시성의 탄광 약 60개는 폐쇄됐다.


◆美 가격 상승에 서비스 질 낮춰


에너지 공급 부족은 전 세계 공장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고 소비자 물가에 대한 다양한 측정치가 수년 전보다 더 빠르게 올랐다면서 공급 차질과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많은 유형의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덜 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은 그대로이지만 제공하는 서비스 질을 낮추며 발생하는 일명 ‘그림자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면서 실제 물가상승률은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일부 호텔에서는 1년 전과 같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지만 청소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매일 청소를 하지 않으며 식당에서는 웨이터들이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6만개의 식당을 대상으로 온라인 리뷰를 추적하는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식당 청결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4.2%p 하락했다. 음료수 기계에는 재고가 없고 가전제품과 다른 소매품들을 사려는 사람들은 더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 패션 리테일러 JD스포츠에 따르면 최고 등급 지점에서도 올해 고객 중 57%만이 5분 내 고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2018년 68%에서 하락한 것이다.

기업들이 가격 인상 이외의 방법으로 공급 부족에 대처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소매상들은 물건이 부족할 때 가격 인상으로 비난을 받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NYT는 통계기관에서 이 같은 숨겨진 비용을 측정해 인플레이션 대책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다며 현재의 특정 경제 위기는 경제 자료를 평소보다 해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기사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