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표 백신’의 몰락… 러 국민 “화이자 맞으러 해외가요”
세계 첫 개발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 자국민 외면
WHO 등 국제 승인 못해
신뢰 낮고 해외여행 제약
세르비아·크로아티아 원정
러 최근 확진·사망자 최악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 최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명성을 떨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가 자국에서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일찍 출시가 됐음에도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늘지 않더니, 이제 세르비아로 서방 국가들이 개발한 백신을 맞으려 원정 접종 여행에 나서는 러시아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수백명의 러시아 시민들이 서방 국가들에서 개발되고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국제 승인 못 받은 러시아 백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칭송한 스푸트니크V는 작년 8월 등장해 세르비아를 포함한 약 70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WHO는 몇 달 전 한 생산 공장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승인을 하지 않았다.
WHO가 현재까지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모더나·AZ·얀센·시노팜·시노백 등 6종뿐이다.
지난 8일 WHO 고위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검토를 지연시키는 법적 문제들이 정리되기 직전이라며 긴급사용 허가 재검토를 시사했지만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국장은 “과학적인 정보의 부족과 제조 현장에 대한 조사 등 러시아의 승인에는 아직 장애물들이 남았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는 또한 백신 접종자 대상 모든 여행 제한이 풀리기 전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 기다림은 많은 러시아인들을 좌절시켰고, 그래서 WHO가 9월에 승인 지연을 발표했을 때 그들은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백신 원정 상품 불티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아닌 세르비아는 백신을 찾는 러시아인들에게 편리한 선택이다. 비자 없이 동맹국인 발칸 반도에 들어갈 수 있고 서구에서 만든 다양한 백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에서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시노팜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을 위한 관광 상품이 증가하면서 이들은 수도인 베오그라드의 호텔, 식당, 술집, 백신 센터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베오그라드 백신 센터에서 접종 받은 러시아인 나데즈다 파블로바(54)는 “우리는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광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은 백신을 찾는 러시아인들을 위한 백신 여행 상품은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장에 나왔다. 마야 로미제 협회 이사는 상품 가격이 포함된 품목에 따라 300~700달러까지 나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여행사들은 또한 관광객들이 두 번째 접종을 위해 돌아올 필요가 없는 존슨앤드존슨의 얀센 백신을 받을 수 있는 크로아티아 관광 상품도 제공하고 있다.
모스크바 루스키 익스프레스 여행사의 안나 필라토브스카야는 “사람들은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세르비아 관광 상품에 대한 수요는 눈사태처럼 증가하고 있다. 요즘 우리 회사는 세르비아 투어만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르비아 정부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도입한 이후 외국인 약 16만명이 접종을 받았다.
◆백신 접종률 저조 속 4차 유행
백신 캠페인 독려에도 러시아 국민의 백신 접종률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 7일 기준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인구 1억 4600만명 중 2회 접종을 완료한 인구는 31.1%에 그친다. 러시아에서는 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라고 알려진 일회용 백신 외에도 국제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두 종류의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낮고 당국이 방역 규제 조치를 다시 취하기를 꺼려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세르비아는 지난 몇 주 동안 코로나19 감염과 입원 환자 수가 최악의 수준에 도달했다.
러시아의 일일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929명에 도달한지 하루 만인 지난 7일 이틀 연속 900명을 넘어섰다. 신규 확진자는 2만 9천명대로 조만간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700만 인구의 세르비아에서는 매일 사망자 50여명이 나오는데 이는 몇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사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0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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