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멀어져가는 ‘완전 종식’의 꿈… 코로나19, 풍토병 고착 하나

조명연합 2021. 7. 7. 01:12

멀어져가는 ‘완전 종식’의 꿈… 코로나19, 풍토병 고착 하나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코니아일랜드에서 제14회 네이슨 핫도그 먹기 대회가 열린 가운데 관람객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관람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이날 열린 많은 행사에서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자유를 느꼈다. 이날 기준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47.9%다. (출처: 뉴시스) 

싱가포르·英, ‘공생’ 메시지 선회

코로나-독감 호흡기 질환이나

코로나 전염성 더 크고 치명적

“유행병 시스템 구축·협력 必”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며 ‘바이러스의 완전 종식’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유일한 해결책으로 추진되던 세계 집단 면역도 도달할 기미가 안 보인다. 대부분 나라들은 충분한 코로나19 백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공급이 과다한 소수 부유한 국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위험한 변이들이 출현하기 전에 지구촌이 충분한 면역력을 갖기 어렵다는 뜻으로, 슈퍼 변이가 언제든지 세상을 원점 즉 ‘2020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독감처럼 공존할 수 있나


이에 결국 독감과 같이 코로나19도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홍콩과학기술대 공공정책학과 도널드 로 교수는 지난달 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변이의 출현은 결국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변이가 많다는 사실은 결국 코로나19가 풍토병(endemic)이 될 것이고, 사라지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나 영국 정부도 코로나19 규제를 완화할 준비를 하면서 당국의 메시지를 바꾸고 있다. 이제 방역 규칙을 개인적인 결정으로 대체할 대유행의 전환점에 도달했으며 이는 곧 계절성 독감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산다는 방향이다.

그러나 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계절성 독감을 같은 선상에서 취급을 해도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두 질병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전염성이 있고 치명적일 수 있는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이다. 에어로졸, 물방울 및 오염된 표면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열, 기침, 두통, 피로감 등 초기 증상도 비슷하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독감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보다 빨리 퍼지고 훨씬 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코로나19의 증상은 나타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전염되는 경향이 있다.

계절성 독감에 대한 백신 접종은 사례와 사망을 억제할 정도로 오래 지속돼 왔다. 독감의 감염재생산지수(한 명의 확진자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에 대한 지표, R값)는 평균 1.28이다. 이는 독감에 걸린 4명이 이 바이러스를 5명에게 옮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R값은 7로 추산됐다. 한 명의 확진자가 7명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보다 더 치명적이다. 독감은 2015~2016년부터 2018~2019년까지 영국에서 4만 4505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수는 올해 첫 9주 동안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과 같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백신 시스템이다. 매년 글로벌 감시 네트워크는 세계에 어떤 종류의 독감이 유통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다음 해 실시되는 백신 캠페인에 어떤 변이 백신을 포함시킬지 결정한 후 이에 따라 공급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같은 세계적인 시스템이 없다.


◆장기화 불가피… 세계 전략 세워야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예견되면서 독감과 같이 세계적으로 이 유행병을 완화하고 다음 대유행을 막기 위한 영구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행병 역학자 등 6명의 세계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최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영원한 바이러스-장기 코로나19 퇴치 전략’이라는 기사를 내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멸종되기 보다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세계를 누빌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무엇보다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민족주의가 팽배하는 시대에 각국이 이 긴 코로나19 퇴치 여정을 책임질 세계 공공보건기관을 개혁하기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퇴치 전략의 핵심은 감염률이 높고 백신 공급이 적은 핫스폿에 신속하게 백신을 투입하고 바이러스 게놈 배열 능력을 향상시켜 연구원들이 어느 변이에 어떤 백신이 효과가 좋을지를 빠르게 결정하는 데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의 질병과는 달리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서툴렀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천연두와 소아마비가 있던 정부와 국제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대응팀이 조직된 화합형 전략을 개발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협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중국의 시진핑,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영국의 보리스 존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등 이들 전현직 지도자들은 세계적인 위기 속 이 세계 화합을 해치고 대유행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월 WHO의 코로나19 독립 조사위원회는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 국가 원수가 이끄는 WHO와 별개로 ‘세계 보건 위협 위원회’ 창설을 권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는 진단검사, 치료제, 백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생을 통제하기 위해 백신 공급 장소를 결정할 수 있는 글로벌 보건 정보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연 세계와 상호 작용했던 방식, 예방에 대한 사고, 지구촌의 건강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변화가 필요하다”며 “포퓰리즘 지도자들조차 세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퍼지는 치명적 전염병에는 사리사욕과 민족주의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877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