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6개월] 러-우크라 전쟁 6개월… ‘크림반도’ 최전선으로 부상
이달에만 3차례 크림폭격 발생
젤렌스키, 크림반도 수복 의지
“러시아 물류·공급 라인에 혼란”
크림 현지 주민들 불안감 증폭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 차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 계속된 포격의 공격 주체로 우크라이나가 지목되면서 크림반도가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계속해서 크림반도 수복 의지를 밝혀온 만큼 본격적으로 전쟁이 크림반도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9일과 16일 크림반도 내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뒤이어 18일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인 크림대교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우크라이나 접경 인근 러시아 탄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일에도 러시아 정부는 크림반도의 러시아군 기지에서 우크라이나의 소형 드론들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후방의 안전한 점령지 아냐”
크림반도를 향한 연이은 공격에 러시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사키 공군 비행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연쇄 폭발로 러시아 전투기 7대가 훼손되고 최소 1명이 사망했다. 첫 폭발 불과 1주일 만인 16일에는 잔코이 지역 마이스케 마을의 군부대 탄약고에서 폭발이 발생해 발전소와 철로 등이 부서졌으며 민간인 최소 2명이 부상하고 3천여명이 대피했다.
크림반도를 두고 전쟁 과열 양상이 보이면서 AP 통신은 “크림반도는 안전한 후방 기지에서 새로운 전장으로 변모했다”며 “크림반도는 더 이상 후방의 안전한 점령지가 아닌, 이번 전쟁의 최전선이자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거쳐 병합했다. 러시아는 개전 이후 크림반도를 자국의 후방 보급기지로 사용해왔다. 주요 물류 및 지휘 허브 역할로서 러시아의 물자와 군대를 분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제공하면서 러시아의 지정‧지경학적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남부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본거지와 불과 50㎞(30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선언한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는 ‘나치’라고 부르는 사람들로부터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 주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크림반도 주민들이 역사적 고향인 러시아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후 모스크바는 그들의 결정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 공군기지 폭발 이후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이며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7일 야간 정례 화상연설에서도 반드시 크림반도 일대를 되찾겠다며 “침략군들은 햇볕 아래 이슬이 사라지듯이 죽어갈 것”이라며 탈환 의지를 공고히 했다.
양국의 입장에서 크림반도가 중요하게 작용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격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향후 2∼3개월 안에 이런 종류의 사건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러시아 국방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마도 그런 사례가 더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크림폭격은 러시아의 좌절 의미”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일련의 공격의 배후로 우크라이나가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크림반도 공격으로 러시아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서방의 지적도 나온다.
19일 로이터 통신은 이달 초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폭발로 러시아가 흑해함대 전투 항공기 능력의 절반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AP 통신도 전날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발과 화재는 러시아의 취약성과 우크라이나의 능력을 모두 보여준다”면서 “크림반도에서의 폭발은 우크라이나를 공세에 몰아넣으려는 희망으로 침공을 시작한 러시아의 좌절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터프츠 대학의 크리스토퍼 밀러 국제사 부교수도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물류 및 공급 라인을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전쟁을 러시아 국내 정치적 의제로 되돌리려는 전략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와 함께 영국 BBC도 지난 9일 사키 공군기지 폭발을 당시 수천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지켜보면서 러시아 내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관계자들을 인용, 보도했다. 실제로 20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플의 한 주민은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생에 전쟁과 폭격 등을 목격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주위의 모든 것이 폭발하고 불타면서 지옥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현지 러시아 관리들은 우크라이나를 공격 주체로 규정하고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러시아 방공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플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크림반도를 제외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하르키우 등 지역에서는 러시아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19일 러시아군이 전날에 이어 로켓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틀간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했다. 전황이 악화하자 우크라이나는 개전 6개월이자 독립 31주년을 맞는 24일까지 하르키우의 통행금지를 연장했다. 통금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다.
다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진군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내달로 예정됐던 이 지역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가 연말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동시에 20일에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또다시 포격이 발생해 원전 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우려의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기사출처]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article/20220821580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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