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늦어도 너무 늦다” EU 백신 균열… 중러 ‘백신 외교’ 탄력

조명연합 2021. 3. 4. 00:07

“늦어도 너무 늦다” EU 백신 균열… 중러 ‘백신 외교’ 탄력

 

[마닐라=AP/뉴시스]2일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의 보니파시오 기지에서 한 육군 장교가 중국의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수요보다 공급이 달려 백신 확보에 난항을 겪던 필리핀 정부는 중국 정부로부터 시노백 백신을 무상 기증받았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유럽이 자국민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각국에 수백만개의 백신 선량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유럽연합(EU) 국가들까지 러시아와 중국에 손을 내밀면서 유럽의 백신 전략이 분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 나라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대규모 임상시험과 데이터 공개가 부족하다며 효능과 안정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자체 분열로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외교가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먼저 백신을 폭넓게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저소득 국가들에 백신을 공급했다. 2일(현지시간) 숫자로 보자면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남미, 아프리카 등 20개국에 백신을 공급했으며 최소 40개국에 추가로 백신을 보낼 예정이라고 월스트리저널(WSJ)에 전했다.

EU 27개국 백신 전략은 회원국들이 공급 문제, 계약 분쟁 등으로 분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지난 1일 EU의 백신 전략과 유럽의약품청(EMA)을 맹비난 하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향후 백신 생산과 협력을 이스라엘과 덴마크와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유럽의 백신 노력은 더 이상 홀로 설 수 없다”며 협력 사실을 밝혔다.

다른 EU 국가들은 백신 공급 격차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ABC방송은 유럽에서 중국이 세르비아, 헝가리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가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중앙 유럽과 발칸반도에서 백신을 공급하며 지정학적 승리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슬로바키아는 1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지연되자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EMA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허가하지 않았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2월 헝가리에 이어 EU에서 스푸트니크 V 허가를 독자적으로 허가한 두 번째 국가다. 헝가리는 EMA 승인을 받지 않은 중국 시노팜 백신을 처음 승인하기도 했다. 폴란드도 최근 중국산 백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스푸트니크 V 공급을 요청했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세르비아는 지난 1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EU는 백신 조달과 유통에 대한 중앙집중식 접근을 택했지만, 공급과 유통 문제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EU에서 첫 백신은 작년 12월 말에 승인됐는데,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EU 인구 4억 4700만명 중 5.5%만이 첫 번째 접종을 실시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백신 사용을 허가한 나라는 26개국이 넘는다. 중남미 10개국은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과 마찬가지로 이미 러시아 백신을 배송을 받았거나 곧 받을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처럼 초저온 보관이 필요 없어 운반과 유통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 임상 실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 의문점이 많지만 대유행의 긴급성은 이에 대한 망설임을 대체하는 양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집트 관리는 ABC에 “백신은 부유한 나라들을 위해 남겨져 있다”며 “어떤 종류의 백신이든 보장을 해야 했다”고 중국 백신 수입의 배경을 말했다.

지난주 중국은 두 개의 백신을 추가로 승인했다. 이는 중국에서 허가된 4번째 코로나19 백신이다. 이번에 승인된 백신 중 하나는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현재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매일 한 자릿수로 보고되고 있어서 자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 속도에 큰 압박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최고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당국이 6월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40%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월말까지 중국에서 5200만회의 접종이 이뤄졌다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약속했던 1억만회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먼저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백신 전쟁에서 초기 지배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 상황이 길게 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많은 미국과 유럽 백신이 승인됨에 따라 서구 백신의 추가 공급량이 곧 전 세계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폴리티코는 최근 인도, 중국, 러시아가 이른바 백신 외교로 누리는 우세는 앞으로 몇 주 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GSK-큐어백 등이 현재 승인을 받거나 앞두고 있어 향후 세계 백신 보급이 서구 기업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백신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코백스)’도 올 상반기 약 130개국에 3억 3700만회분을 공급할 계획인데, 이에 대한 자금은 주요 7개국(G7)과 EU가 90%를 지원하고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는 지원하지 않는다. 

[기사출처] : 천지일보(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834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