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트럼프 마음 급한데… 백신 개발 속도 높이는 건 중국

조명연합 2020. 10. 12. 00:39

트럼프 마음 급한데… 백신 개발 속도 높이는 건 중국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진과 얘기하고 있다.

美 업체·당국 “올해 출시 힘들어”

중국, 이르면 11월 접종 시작

“中 백신 과학계 인정할지 의문”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의 제약회사들과 규제 당국이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대신 중국 제약업체들의 백신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희망했던 날짜에 미국이 아닌 중국의 백신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 업체들 신중… 속 타는 트럼프

 

대표적인 백신 제조업체인 모더나는 적어도 11월 25일까지는 긴급사용허가를 신청할 준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선두주자 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영국의 한 임상시험 참가자의 부작용을 발견한 후 시험을 보류하면서 미국 대선날인 11월 3일에 맞춰 백신이 준비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을 더욱 훼손했다.

로버트 카들렉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9일(현지시간) “행정부는 2021년 1월부터 접종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생산을 가속화 하고 있다”고 AP통신에 이메일을 통해 전했다. 미국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이끄는 몬세프 슬라우이 수석 고문도 이날 마켓워치에 “연구원들이 개발 중인 백신 중 하나가 효과적인지 여부를 10월 말, 11월 또는 12월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백신을 투여하기 위해서는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올해 안 백신 접종이 불가능함을 시사했다.

이같이 미국 업체와 당국의 엄격한 안전 규약은 ‘백신 경쟁’에 있어서는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中 대중 접종 코 앞… 우려↑

1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구진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라고 거듭 촉구했으며 중국의 제약회사들은 또한 그들의 일을 ‘중요한 정치적 과제’로 취급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 지시를 따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10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10개 중 규제 승인을 받기 전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는 4개는 중국 업체가 개발했다.

이 중 2개는 국영 제약회사인 중국국가제약그룹(시노팜)의 계열사인 중국바이오텍그룹(CNBG)이다. 또 다른 후보는 제약회사 시노박바이오텍이 개발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중국군과 연계한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와 백신 업체 칸시노바이로직스가 공동 개발했다.

CNBG의 양사오밍 회장은 지난달 백신 개발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페루, 모로코, 아르헨티나 등 국가에서 3단계 실험을 진행했으며 총 4만 2천명이 참가했다.

중국 질병관리본부의 최고 생물안전 전문가인 우기젠은 지난 달 국영방송 CCTV에 출연해 중국의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11월에 일반 대중에게 사용될 준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협회에서 국제보건 문제를 담당하는 옌중 황 선임연구원은 “나는 중국이 백신의 성공적인 개발을 가장 먼저 발표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국제 사회, 특히 과학계가 이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이다”고 지적했다.

백신은 보통 개발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린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과정을 가속화하면서 정상적인 규제 승인 과정 밖에서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포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상적인 승인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면 임상시험 참가자가 알 수 없는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또한 국제 윤리적, 안전 규범을 위반할 소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중국 제약업체들은 정부가 승인한 긴급 사용 프로그램에 따라 의료 종사자와 국경 요원을 포함한 고위험직 종사자들에게 실험용 백신을 투여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백신 후보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이 완전히 입증되기 전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CNBG 양 회장은 지난달 우한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자신을 포함한 100명 이상이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초기 후보를 접종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CNBG 직원들이 직접 약을 검사하는 것은 100년이 넘은 전통”이라며 “나아가 대대로 내려오는 ‘희생정신’”이라고 말했다.

시노팜도 지난 5월 말 성명을 통해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자사 직원들이 임상시험 전 사전 테스트로 백신 후보를 접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황 선임연구원은 “백신 후보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주장에도 3단계 임상실험의 체계적인 데이터가 이용되기 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접종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많은 참가자들이 공무원, 국영기업 종사자임을 감안할 때 일부는 시험에 참가하도록 압박을 느꼈을 수도 있다며 “나는 항상 그들을 서양에서 정의된 ‘자원봉사자’로 여겨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 달 이상 지역사회 감염이 없어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했으면서도 백신 긴급사용허가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백신 경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선임연구원은 “백신을 공격적으로 개발하고 홍보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점점 더 정치적, 외교적인 정책적 고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세계에 백신을 최초로 제공한다면 대유행과 싸우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미국이 남긴 공백을 메우며 세계적 위상을 높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거 백신 스캔들로 인해 더욱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2018년에는 어린이 대상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백신(DPT)을 생산해 온 창셩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백신 생산 및 검사 자료를 조작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으며 CNBG 계열사인 우한생물제품연구소도 불량 DPT 백신을 만든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기사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