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커지는 세계 코로나 백신 빈부격차… “도덕적 실패” 언제까지
조명연합
2021. 5. 7. 00:20
커지는 세계 코로나 백신 빈부격차… “도덕적 실패” 언제까지
선진국에선 여름휴가 계획,
빈국선 의료 시스템 통제 불능
“선진국들 초기 약속 못 지켜”
빈국들 백신 기부 받더라도
운영 자금 없어 접종 속도 느려
美,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선언
[천지일보=이솜 기자] “백신은 보편적 인권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작년 6월 세계정상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1년 후, 세계에서 이 보편적 인권은 일부 국가만 누리는 특권이 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은 선진국들이 대유행 초기의 약속과 달리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촉진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도덕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선진국 대부분은 수십억개 용량의 백신을 주문했다. 이에 따른 효과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줄고 경제는 활기를 되찾을 준비가 돼 있으며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반면 많은 후진국에서는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고 통제 불능인 가운데 백신 접종 속도는 너무 느리다.
약 192개국이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에 가입했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 빈곤층을 위한 백신을 위해 인도 공장에 3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남미나 인도, 동남아 등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 백신 접종을 하려는 캠페인은 허둥대는 양상이다.
세계 백신 제조의 큰 부분을 맡은 인도는 재앙에 가까운 바이러스 급증과 인도주의적 위기 확대에 맞서면서 수출을 중단했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백신은 코백스 백신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요한 수송까지 지연되고 있다.
지난 1월 코백스는 4월까지는 백신 2억 3500만개, 4월까지는 3억 2500만개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3월까지 이 예측은 3분의 1로 축소됐다. 지난 4일 기준 코백스는 5400만개의 선량을 공급받았는데 이는 당초 4월 목표의 4분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매일 수천명이 죽어가는 브라질에서는 올해 중반까지 약속한 아스트라제네카 복용량의 10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 가나나 방글라데시 등 여러 나라에서는 1차 백신을 접종한 소수의 행운아들이 2차 접종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말라위 의사이자 백신 전문가인 보스톤 짐바는 NYT에 “이것은 도덕적 문제”라며 “부유한 나라들은 이 사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은 그들의 양심이며 그들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작년 대유행이 가시화됐을 때 코백스는 자금이 부족해 백신 계약을 맺는 데 있어서 부유한 나라들과 경쟁이 불가능했다. 최근 서구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에 백신 공급을 약속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천만개, 스웨덴도 아스트라제네카 1백만개 등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는 새 발의 피인데다가 어떤 경우에는 막무가내로 가져다주면서 기부를 받은 국가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원조 물자 발송 협회(CARE) 수치에 따르면 이 문제는 아프리카에서 특히 심각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약 24개국이 가지고 있는 백신 중 절반도 접종하지 못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거의 두 달 동안 코백스로부터 받은 백신 170만개를 사용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 4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1888명만 접종했고, 유통기한 만료를 막기 위해 공급물량의 대부분을 인근 국가에 보냈다. 코트디부아르는 지난 2월 말 코백스에서 50만 4천개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15만 5천명 접종에 그쳤다.